2. 성장앨범의 가격
마음이가 태어난 지 50일.
오늘은 병원 말고 처음으로 장거리 외출을 하는 날이었다. 은희가 원했던 마음이의 성장앨범 상담을 위해,
차를 타고 20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야 했다.
고작 20분이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나서는 것이 어쩐지 큰일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챙겨야 할 것들이 끝이 없다.
기저귀, 물티슈, 여분 옷, 모유 수유 용품… 준비할수록 빠뜨린 것이 없는지 불안해졌다.
그래도 성장앨범 스튜디오에서 다른 아기들의 사진 샘플과 예쁜 액자들을 보니 은희가 즐거워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50일 사진, 100일 사진, 200일 사진, 돌 사진…
다 해주고 싶은데,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그 와중에 마음이가 폭풍 끙아를 했다.
은희가 당황하는 모습에 나도 순간 멘붕.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찾았다.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여분의 옷을 챙겨야 한다." 오늘의 교훈을 새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돈이 만드는 벽
다음 날, 어제의 경험을 반영해 여분의 옷까지 꼼꼼히 챙긴 뒤 또 다른 성장앨범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50일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했다.
기대감을 안고 촬영을 진행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음이가 너무 귀엽게 나왔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
"성장앨범을 결제하셔야 50일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해드릴 수 있어요."
"오늘 결제하시면 140만 원, 이후에는 180만 원입니다."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가볍게 고려해볼 여지도 없이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태도에 화가 났다.
하지만 사진과 동영상이 너무 갖고 싶었다. 결국 마음을 접고 스튜디오를 나왔다.
은희도 많이 아쉬워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면서 돈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출퇴근 교통비를 제외하면 내가 하루에 쓰는 돈은 고작 1,500원.
그것도 아까워서 요즘은 회사에서 무료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있다.
소비를 더 줄이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은희에게 계속 아끼라고 말하는 것도 미안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희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찍어준 잘 나온 사진보다, 우리가 직접 찍고 추억을 나누는 사진이 더 의미 있지 않겠어?"
진심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결국 돈 때문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이 너무 슬펐다.
결국 선택한 성장앨범, 그리고 육아의 무게
결국 성장앨범을 결제했다.
90만 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금액은 여전히 부담스러웠지만, 은희가 원했고, 나도 결국 원했다.
돈은 내가 더 아끼면 될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날 밤, 마음이가 모유를 너무 많이 먹더니 계속해서 토를 했다.
잠을 못 자는 아이를 번갈아 가며 안아 달랬다. 팔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억지로라도 힘을 주며 2시간을 버텼다.
요즘 들어 육아 제품들을 자꾸 검색하게 된다.
아기띠, 모빌, 침대, 젖병, 장난감… 좋은 제품들을 보면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된다.
돈을 쓰면 우리도 편해지고, 마음이도 편해질 텐데.
하지만 현실은 마음이를 달랜 끝에 내 배 위에 눕혀 재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4시간을 함께 잤다.
자는 동안 어깨가 너무 아파서 몇 번이나 깼다.
어깨 통증은 이제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잠든 마음이를 보면 또 버틸 만했다.
하지만 퇴근길, 비를 맞으며 버스를 타고 내리다가 무릎을 다쳤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깨가 아픈 것도, 다친 무릎도, 화내는 은희도, 퇴근길의 빗방울도…
그날따라 모든 것이 서러웠다.
점점 멀어지는 시간
회사일이 점점 바빠진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5번 이상 은희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이제는 전화하는 게 어려워졌다.
은희도 마음이를 돌보느라 바쁜가 보다.
가끔 전화를 받아도, 은희의 목소리 뒤로 들려오는 마음이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우리 둘 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아침이면 방긋방긋 웃던 마음이가, 저녁이면 왜 그렇게 울어대는지.
퇴근 후 마음이 목욕이라도 시켜주려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아이, 그리고 내 삶
마음이 54일.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쏟고 있다. 내가 마음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잠든 모습과 저녁에 잠든 모습뿐이다.
오늘은 회식까지 있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
마음이가 하품하는 모습, 웃는 모습, 우는 모습, 기저귀 갈 때 짓는 표정, 배고플 때 보이는 작은 행동들…
모든 순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점점 더 회사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 부모의 성장도 함께 기록되는 이야기
이번 5일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겪는 기쁨과 고민,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함께 담겨 있었어요. 💛
✅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큰 현실
✅ 부모가 된 후 더욱 느껴지는 돈의 무게
✅ 육아와 직장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빠의 감정
✅ 하루하루 변하는 아이의 모습과 점점 멀어지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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