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다.
2018.05.12
오늘, 나의 소중한 첫 아이가 태어났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출산하기 전까지,
참 많은 고민과 걱정, 기대와 설렘, 두려움과 현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조금 늦은 나이라 노산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태아보험은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라 보험 설계사의 설명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부모의 마음이란 혹시라도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아이에게 영양분이 잘 공급될지,
어떤 운동을 해야 나중에 출산할 때 덜 힘들지,
늘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달고 살던 우리가
갑자기 영양분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이마트에서 생전 처음 보는 짐볼을 구매해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가 발로 톡톡 찰 때마다 손을 얹고 귀를 기울이며
그 작은 생명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매일매일 배를 어루만지며 말을 걸었고,
태명을 짓기 위해 온 가족이 고민을 거듭했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아이를 위해
작은 신발이며 옷이며 이것저것 준비하며 들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볼록한 배를 기념하고 싶어 사진관에 패키지를 예약했는데,
날이 가까워질수록 자꾸만 더 자주 가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뒤지며 출산 준비물을 하나하나 체크했고,
‘자연친화적인 게 좋다’는 말에 자연분만을 결심하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것도
출산일 한 달 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큰돈이 한 번에 나간다는 것도...
출산 후 기진맥진한 아내와 탯줄을 자르라는 간호사,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작은 아이의 울음소리.
생전 처음 잡아보는 수술용 가위를 허둥지둥 들고,
아이 사진을 찍으라는 말에 사진을 찍었다.
영화에서 보던 그 감동 대신, 급박하고 빠르게 지나가 버려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내에게 더 다정한 말을 전하지 못한 채,
아내는 회복실로 옮겨졌고, 아이 역시 하얀 천에 쌓여 옮겨졌다.
30분 뒤, 멍하니 서 있던 나에게 의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크게 나와서 너무 힘들었다고.
산모도 첫 출산이라 너무 힘들어했고, 그 와중에
아이도 체력이 고갈되어 힘들어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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