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신생아 케어하는 초보 엄마 아빠.
첫 아이의 집으로 오는 길
마음이(태명)가 드디어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
가슴 속에 차오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 동안 우리는 아이를 돌보는 기본기를 익혔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또 다른 걱정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짧은 2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세상이 온통 위험천만한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차에 태워도 될까? 흔들리면 어쩌지? 덜컹거리면 놀라거나 토하진 않을까?"
초보 부모의 걱정이란 그렇게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다행히 이미 아이가 있는 지인들의 조언 수많은 경험담과, 지인이 물려준 카시트 바구니 덕분에,
마음이를 안전히 집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차에서 바라본 마음이는 여전히 조그맣고 조심스러웠다.
"이제 이 아기는 순전히 우리 힘으로 키워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걱정과 책임감이 동시에 들었다.
육아의 시작: 작은 손길, 큰 노력
집으로 돌아와 마음이를 바라보며 하루 종일 웃고 또 웃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귀여운 것과 육아의 현실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 작은 몸 하나를 돌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은 몰랐다.
속싸개와의 씨름
속싸개를 단단히 묶어야 한다는 산후조리원 선생님의 말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는 속싸개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뻗은 팔다리를 움츠리며 칭얼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차마 단단히 묶어줄 수가 없었다.
결국 몇 번이고 풀어주고 다시 묶기를 반복했다. 속싸개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복잡해질 줄이야.
맘마 먹이기, 그리고 토하기
잘 먹고 잘 자는 아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마음이는 평균보다 덜 먹었고, 먹은 뒤에는 자주 토하곤 했다.
먹이고 나면 안아서 등을 토닥이며 30분씩 소화를 도왔는데, 그게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너무 피곤해서 자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등을 토닥이다가,
어깨에 토해진 자국을 보고야 정신을 차리곤 했다.
그때마다 아내와 눈이 마주치면, 피곤함 속에서도 서로 미소 지으며 “육아는 이런 거구나” 하고 웃었다.
잠, 가장 큰 전쟁
잠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렇게 실감 나는 말일까?
밤마다 30분마다 깨며 우는 마음이의 울음소리는 날카롭고,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갔다.
나 역시 출근해야 했지만, 아내는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하며 더 지쳤을 것을 생각하면 미안함이 더 컸다.
체력도, 마음도 바닥을 향해 가던 와중에도 아기가 한 번씩 웃어주면 모든 걱정이 순간 사라지는 기적 같은 일이 반복됐다.
그 작은 미소 하나가 우리를 버티게 했다.
기쁨, 그리고 깨달음
육아는 분명 힘들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작은 기쁨들이 반짝였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보고, 목욕 도중 기습 오줌 세례를 맞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매일매일 조금씩 마음이의 모든 모습에, 그리고 모든 행동에 푹 빠져 들었다..
"육아는 템빨(템 장비의 힘으로 이기는 게임 용어)이다"는 말을 실감하며 하나둘씩 육아템을 장만해 나갔다.
좋은 기저귀, 아기침대, 아기띠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우리의 손길과 품이었다.
마음이를 꼬옥 안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 그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아기 특유의 포근한 냄새.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육아는 끝없는 걱정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속에는 소소한 행복이 숨 쉬고 있었다.
그 작은 행복이 체력적으로 지쳤을 때도, 심적으로 힘들 때도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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