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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아는 감정노동?

마음이와 함께한 65일에서 69일"오랜만의 방문, 그리고 은희의 숨통이 트이다"마음이 65일.오늘은 오랜만에 대희 형이 점심때 놀러 왔다.오랜만에 손님이 오니 요리를 좀 해볼까 했는데,아침부터 성준이가 낑낑거리는 바람에 요리는 포기하고 결국 배달을 시켰다.대희 형은 12시쯤 도착했는데, 무려 5시간 반 동안 수다를 떨다 갔다.그렇게 긴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은희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육아는 외롭고, 같은 상황의 반복이라 지루할 때가 많은데,그래도 이런 시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가 풀렸기를 바란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성준이가 몇 시간 동안이나 보채지 않고 혼자서 잘 놀았다."엄마를 배려하는 걸까?"이 녀석, 어쩐 일로 이렇게 얌전한지… 오늘따라 기특하다."..

4. 퇴근 후 에는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와 함께한 60일에서 64일"마음이를 보고 있으면 힘든 것도 잊는다"마음이 60일.퇴근하고 집에 오니, 마음이가 귀여움으로 터질 듯한 얼굴로 날 반겨준다.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지만, 마음이를 보고 있으면 모든 고민이 잠시 사라진다.그런데 요즘 젖병을 자꾸 거부하는 바람에 새 젖병을 샀다.이번에는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젖병 하나 바꾸는 것도 이렇게 고민이 된다.은희가 요즘 특히 더 힘들어 보여 걱정이다.나도 힘들지만, 은희는 더 힘들 거다.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끙아는 꼭 몰래몰래 하는 녀석"마음이 61일.오늘도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마음이를 봤다.왠일로 바운서에 앉혀 모빌을 틀어줬더니, 낑낑거리지 않고 한참을 바라본다.보통 3분도 안 돼서 "안아줘!"라고 보채던 아이였는데,30분을 혼자 모빌..

3.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

마음이와 함께한 55일에서 59일하루가 힘들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마음이 55일.요즘 하루가 참 힘들다.고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요구되는 것들은 끝없이 늘어난다.회사에서는 끊임없이 나의 역할을 증명해야 하고, 집에서는 힘든 은희를 달래고, 우는 마음이를 달래야 한다.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나는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어릴 때는 힘들면 부모님에게 기대면 됐다.하지만 이제 나는 부모가 되었고, 기대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도 나를 기대고 있고, 내가 위로받고 싶은 사람도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한다.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나도 누군가 나를 좀 달래줬으면 좋겠다.리프레쉬가 필요해, 돈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마음이 56일.내일은 드디어 마음이의 5..

2. 성장앨범의 가격

마음이가 태어난 지 50일.오늘은 병원 말고 처음으로 장거리 외출을 하는 날이었다. 은희가 원했던 마음이의 성장앨범 상담을 위해,차를 타고 20분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야 했다.고작 20분이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나서는 것이 어쩐지 큰일처럼 느껴졌다.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챙겨야 할 것들이 끝이 없다.기저귀, 물티슈, 여분 옷, 모유 수유 용품… 준비할수록 빠뜨린 것이 없는지 불안해졌다.그래도 성장앨범 스튜디오에서 다른 아기들의 사진 샘플과 예쁜 액자들을 보니 은희가 즐거워했다.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50일 사진, 100일 사진, 200일 사진, 돌 사진…다 해주고 싶은데,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그 와중에 마음이가 폭풍 끙아를 했다.은희가 당황하는 모습에 나도 순간 멘붕.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

집에서 신생아 케어하는 초보 엄마 아빠.

첫 아이의 집으로 오는 길마음이(태명)가 드디어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가슴 속에 차오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산후조리원에서의 2주 동안 우리는 아이를 돌보는 기본기를 익혔지만,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또 다른 걱정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짧은 2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세상이 온통 위험천만한 장애물처럼 느껴졌다."차에 태워도 될까? 흔들리면 어쩌지? 덜컹거리면 놀라거나 토하진 않을까?"초보 부모의 걱정이란 그렇게 작은 일도 크게 느껴지는 법이었다.다행히 이미 아이가 있는 지인들의 조언 수많은 경험담과, 지인이 물려준 카시트 바구니 덕분에,마음이를 안전히 집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차에서 바라본 마음이는 여전히 조그맣고 조심스러웠다."이제 이 아기는 순전히 우리 힘으로 키워야 ..

1. 마음이 태어난 날, 인큐베이터와 산후조리원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오전 시간에 아이를 보러 가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작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처음 만난 아이는 내가 세상에서 본 것 중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가슴 속에서 벅찬 감동과 애틋함이 올라왔다.그때의 기억은 마치 따뜻한 햇살 같은 잔상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이틀이 지나 산후조리원으로 옮길 날, 병원 입구에서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계절은 5월의 중순, 부드러운 늦봄 바람이 불었다.하지만 그 짧은 거리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지. 혹시라도 아이가 찬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이불로 단단히 감싸고 얼굴만 살짝 내놓은 채 걸었다.그 1분 동안 나는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러웠다.이 작은 생명을 품고 걷는 그 시간이 그렇게나 무겁고 불안했던 건, 내가..

2024. 11. 18. 00:06

나는 아빠다.

2018.05.12 오늘, 나의 소중한 첫 아이가 태어났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출산하기 전까지,참 많은 고민과 걱정, 기대와 설렘, 두려움과 현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조금 늦은 나이라 노산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태아보험은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라 보험 설계사의 설명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부모의 마음이란 혹시라도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아이에게 영양분이 잘 공급될지,어떤 운동을 해야 나중에 출산할 때 덜 힘들지,늘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달고 살던 우리가갑자기 영양분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이마트에서 생전 처음 보는 짐볼을 구매해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가 발로 톡톡 찰 때마다 손을 얹고 귀를 기울이며그 작은 생명을 느끼는 순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