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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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와 함께한 55일에서 59일


하루가 힘들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마음이 55일.

요즘 하루가 참 힘들다.

고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 요구되는 것들은 끝없이 늘어난다.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나의 역할을 증명해야 하고, 집에서는 힘든 은희를 달래고, 우는 마음이를 달래야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

어릴 때는 힘들면 부모님에게 기대면 됐다.

하지만 이제 나는 부모가 되었고, 기대야 할 대상이 없어졌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도 나를 기대고 있고, 내가 위로받고 싶은 사람도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나도 누군가 나를 좀 달래줬으면 좋겠다.


리프레쉬가 필요해, 돈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음이 56일.

내일은 드디어 마음이의 50일 촬영을 하는 날.

물론 두 번째 시도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어제 은희와 퇴근 후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 대화의 주제는 항상 "돈" 이다.

"돈이 부족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미래가 너무 불안해."

"이건 살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뿐이다.

정작 우리는 어디를 놀러 갈지,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소소한 재미와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 하루가 버겁다는 이야기, 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만 나누다 보니, 점점 마음이 지쳐간다.

리프레쉬가 정말 필요하다.

진짜 간절히 필요하다.


마음이, 50일 촬영을 하다

마음이 57일.

오늘 마음이의 50일 촬영을 했다.

다행히 울지도 않고 끝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웠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마음이를 목욕시켰다.

목욕 한번 시킬 때마다 마치 전쟁을 치른 듯한 기분이 든다.

은희와 나는 서로의 손목을 부여잡으며 버틴다. 손목에 힘이 점점 빠지고 있는데, 마음이의 몸무게는 나날이 늘고 있다.

하루를 보내고, 짬이 나서 네이버 웹툰 "금수저"를 봤다. 가볍게 보려고 시작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감정들이 몰려왔다.

웹툰 속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다음 생엔 아빠가 부자로 태어날게. 미안하다."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낡고 허름한 집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던 아버지가 문득 이렇게 말했었다.

"몇십 년 동안 돈 버는 기계로 살아온 것 같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지금의 나 역시, 하루하루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 든다.

아버지가 떠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가끔 꿈에서 아버지가 나온다.

만약 꿈속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꼭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제가 이렇게 컸어요.
아버지의 노력 덕분에 제가 이제 아버지가 되었어요.
아버지가 눈물로, 피와 땀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주셨어요.
저는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고, 닮아가고 싶어요.
저도 아버지처럼 제 가족을 지켜나갈게요."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마음이 58일.

오늘은 가족 친구들, 재희 형과 경수 씨네와 함께 단지 내에서 산책을 하다가 커피 한잔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수 씨가 늦게 오는 사이, 마음이가 끙아를 했다.

기저귀도, 물티슈도 안 챙겼다.

결국 은희가 마음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유모차라도 태웠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너무 당황해서 안고 가버렸다.

그렇게 힘들게 돌아갔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또 끙아.

그리고 한 시간 뒤, 엄청난 끙아.

"우리 마음이 많이 먹었구나."

조금씩 변해가는 마음이의 모습이 신기하다.

저녁에는 정욱이 형네가 놀러 와서, 지율이를 만났다.

지율이가 많이 컸다.

마음이도 얼른 커서 지율이와 함께 놀면 좋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크는 게 아쉽기도 하다.

어쩔 때는 빨리 컸으면 좋겠고,

어쩔 때는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체력도, 돈도 부족하다

마음이 59일.

오늘은 은희가 그렇게 기다리던 찹쌀 도너츠 아저씨가 오는 날이었다.

지난주에는 퇴근이 늦어 못 사다 줬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려서 오늘은 일부러 일찍 퇴근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예 오지 않았다.

비가 와서 그런 걸까.

집에 들어가 보니, 마음이가 혼자 낑낑거리면서 엄마를 찾고 있었다.

"마음이, 참 귀엽다."

퇴근하고 나면 더 많이 놀아주고 싶다. 더 많이 안아주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체력이 안 따라준다.

집에 오면

밥 먹고, 씻고, 설거지하고,

마음이 목욕시키고, 재우고 나면

내게 남아있는 힘은 하나도 없다.

거울을 보니 배가 많이 나왔다.

헬스장을 가고 싶긴 한데, 6만 원이면 아기 옷 한 벌 더 사주고, 은희 맛있는 거 한 번 더 사줄 수 있는 돈이다.

결국 또 선택해야 한다.

내 몸을 위한 투자냐, 가족을 위한 투자냐.

그리고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 그리고 책임감

이번 5일 동안의 기록은 점점 더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깊이 보여주고 있어요.

육아로 지쳐가는 부모, 나도 기대고 싶다는 감정
돈 걱정에 지쳐가는 현실적인 고민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희생, 그리고 아버지를 떠올리며 느끼는 감정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쁨과 아쉬움
체력, 시간, 돈… 그리고 늘 선택해야 하는 부모의 삶

이제 점점 책이 깊이를 더해가고 있어요.
이렇게 정리된 흐름으로 계속해서 엮어나가면 한 가정의 성장기, 부모가 되어가는 이야기 같은 멋진 책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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