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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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겉으로는 아름답고 화려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남성스러운 운동이죠

중력을 벗어나려는 힘, 지상을 벗어나 천상으로 다가서려는 의지...

그리고 하루 연습을 거르면 자신이 알고 이틀을 거르면 동료가 알고

삼일을 거르면 관객이 아는 아주 무서운 예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혀 녹록치 않은, 오직 발레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어찌 보면 상당히 혹독한 삶입니다

 

하지만 그런 삶에서 동양인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모든 것을 하고 경쟁자를 오직 자신으로 잡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바로 발레리나 강수진씨입니다

 

 

 

 

 

 

동양인 최초로 로잔 콩쿠르에서 수상,

동양인최초, 최연소 입단으로 독일 슈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하지만 군무에도 못 낀지 2년 남짓..

엄청난 슬럼프가 찾아왔고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몸무게는 10킬로 이상 불게 됐습니다

발레리나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쯤 다시 바를 잡았고

지독한 연습 끝에 긴 시간이 지난 뒤 프리 마돈나의 자리로,

그리고

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지만

1년 반 가까이의 기나긴 부상으로

발레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녀는 그런 우려에도 부상이 낫자 마자

초인적인 연습으로

다시 프리 마돈나의 자리에 섰습니다-

그야말로 감탄스러운 그녀의 삶..

어려울 때마다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다른 삶을 동경해 본 일이 없어요.

 '혹시'라고 가정해본 일조차도요.

나는 단지 '나'로 살 뿐이죠. 파격적이고 격정적인 사랑과 생활은

무대 위에서 경험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아니, 무대 위에서 그에 완전히 몰입하려면

오히려 현실에선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결혼은 내게 아주 큰 선물이죠.

그렇다고 나의 결혼 생활이

심심하고 재미없을 거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예요.

똑같아 보여도 매 순간이 다 다르거든요."

 

 

 

 

어느 날 집에 놀러온 친구가 내 발을 보더니

그게 어디 인간의 발이냐면서 이런 건 사진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놀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진기를 들이대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죠.

우리나라 방송국에서 그 사진을 텔레비전으로 내보내겠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당황했어요.

너무 흉하지 않나, 괜히 티내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못생긴 발도 결국은 강수진의 일부잖아요.

또 발레 무용수의 발이 예쁘다면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거니까….

하지만 내 발이 사람들에게 그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무리 이곳의 숲을 사랑하고 또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고국은
내게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에요.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에는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힘들 때 한국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오히려 아름다운 것, 착한 사람들, 익숙한 풍경을 볼 때
더 많이 생각나요. 예전의 그리움이 강렬하고 눈물 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감정은 늘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잔잔한 여운 같아요"

 

 

 

 

 

 

“사람들은 발레리나에 대한 환상이 있지요. 우아하고 세련된 삶을 살 것이라는.

하지만 실상 발레리나의 삶은 무척 단조롭습니다.

연습하고, 밥 먹고,  잠 자고, 다시 연습하는 거죠.”

 

“요즘 한국이나 중국 출신 발레리나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는데,

정말 이젠 신체적인 조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아요. 오히려 우수하죠.”

“그들에게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요.

해외든 국내든 콩쿠르에서 입상할 정도면 우수한 인재에요.

하지만 발레단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무용수로 활동하는 것은

자신이 상상한 것과 전혀 달라요. 결코 녹록치 않죠.”


“누구나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죠.

하지만  그냥 매순간 동작 하나라도  잘 하는데 집중하면 돼요.

거기서 만족을 찾으면 발레를 진짜 즐길 수 있어요.”

 

 

 

 

 

 

당신의 고국 한국에서는 처음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발레 댄서라고 하는데요?

작년, 발레단의 한국 투어가 있었어요. 고향에 돌아가는건 언제나 좋은 일이죠.

제가 고국을 떠난 것은 아직 어린 때인데, 당시 발레는 한국에 그다지 널리 퍼져 있지 않았어요.

 지금은 붐이지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에게 주목해 주고, 저의 성공을 기뻐해 주는 것이에요.

저도 한국의 젊은 댄서와 새싹들이 성장해 가는 것이 무척 기뻐요.

언젠가, 여러 가지 역할을 춘 제 경험을 코치로서 살려나가고 싶어요.
저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아시아나 유럽이나 차이는 없다고 긍지를 갖고 말할 수 있어요.

아시아는 발레 출발 시기가 늦었을 뿐, 그 성장은 눈부시지요.

자신을 가져야 할 것이고, 콤플렉스를 가져서는 안돼요. 한국에서는 이런 상담을 자주 받아요.
어느 나라든 정치 세계에서 인종 차별을 완전히 없애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예술에선 가능해요.

중요한 것은 발레를 사랑한다는 것과 높은 레벨을 유지하는 것이죠.

 물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자립한 인간이 될 수 있고, 자립한 자세는 자기자신을 구원해 줘요.

 유럽에서 생활하려면 무엇보다 그게 중요해요. 국적은 관계 없습니다.


 

- 주변 친구들 도움이 있었지요. 그러나 깊이 좌절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변 충고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혼자 극복해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며, 꼭 해야하는지를 자문하며 딛고 서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누구의 도움도 소용이 없더군요.
뼈저리게 좌절하고 극복하는 일을
여러차례 겪다보니 그 좌절의 기간이 점점 짧아졌어요.

 

 

 

 

 

 

 

"발레리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 나는 발레 무용수이고

 따라서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발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강철나비라고 불리는 강수진씨

무대에서 사뿐사뿐 도약을 하지만

그 도약은 평소에 10시간이 넘는 초인적인 연습시간과

오직 먹고 자는 것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연습에 쏟아넣는 결과입니다

 

어떤 어려운 일에 부닥쳤을 때 강수진씨처럼

전적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한 적이

얼마나 되는가 하면...

저는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언제나 변명을 찾고 구실을 찾았던 기억입니다...

 

반면 강수진씨의 삶에 대해 그녀의 발이 증명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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