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재취업은 왜 이렇게 힘들까?

반응형

요즘 주변 지인들의 퇴사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팀을 반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권고사직.

팀이 폭파되면서 권고사직.

회사가 없어지면서 권고사직.

 

새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해도 사람을 뽑는곳은 없고,

그나마 있는곳도 조건이 점점까다로워지기만 한다.

 

예전에는 사람을 뽑고 가르쳐서 일을 시킨다면,

요즘은 입사하자마자 바로 투입되어 일을 하길 원한다.

 

AI에게 이 상황을 물어보면....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

2024년 게임산업 종사자는 8만 7,576명입니다. 하지만 그중 게임 제작·배급업은 5만 4,285명, 게임 유통업은 3만 3,291명입니다. 즉 ‘게임산업 8.8만 명’을 그대로 ‘게임 개발회사 직원 8.8만 명’이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더 중요한 지표는 따로 있습니다.

지표 나타나는 현상 의미
2024 게임산업 전체 종사자 8만 7,576명 산업 전체 인원
제작·배급업 종사자 5만 4,285명 개발사·퍼블리셔에 더 가까운 지표
2024 조사에서 계약해지·해고 경험 4.1% 고용불안 실제 존재
계약해지·해고 사유 중 프로젝트 중단·취소·종료 59.7% 게임업 특유의 프로젝트 리스크
주요 게임사 6곳 신규채용 2022년 2,339명 → 2024년 1,362명 42% 감소
엔씨소프트 본사 인력 2024년 약 4,886명 → 2025년 말 3,170명 35% 감소

계약해지·해고 수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이고, 신규채용 감소는 주요 게임사 6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합산한 수치입니다. 엔씨소프트 역시 2024년 이후 희망퇴직과 조직 분사를 진행하면서 본사 인력이 크게 감소했고, 크래프톤도 약 200명 규모의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2025~2026년 구조조정이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현직자들이 말하는

“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뽑는 회사는 없다.”

는 느낌은 상당한 통계적 근거가 있습니다.


1. 가장 큰 이유는 ‘종사자 수’와 ‘취업시장’은 전혀 다른 통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산업에 현재 10만 명이 근무한다고 하겠습니다.

작년에

10,000명 채용
10,000명 퇴사

했다면 노동시장은 매우 활발합니다.

그런데 올해

2,000명 채용
4,000명 퇴사

했다고 해도 기존 9만 명 이상이 계속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종사자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시장에 나온 사람은 4,000명인데 자리는 2,000개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책적으로는

고용량(stock)

채용·퇴직 흐름(flow)

을 분리해야 합니다.

현재 게임산업에서는 후자가 크게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2.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통계가 늦습니다

2026년 현재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게임산업 종사자 8만 7,576명은 2024년 자료입니다.

그런데 게임업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2024년부터 시작해 2025~2026년에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엔씨소프트만 하더라도 2024년 약 4,886명이던 본사 인력이 2025년 말 3,170명으로 줄었습니다. 넥슨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내부 인력 재배치를 강화한 것으로 보도됐고, 여러 중견 게임사에서도 희망퇴직과 조직 축소가 이어졌습니다.

즉 지금 상황은 이렇게 된 겁니다.

정부 공식 산업통계

2024년 상황
“종사자 수 증가”

2026년 직장인 체감

2025~2026년 상황
“희망퇴직 + 프로젝트 종료 + 채용 축소”

입니다.

서로 보고 있는 시간이 다릅니다.


3. 코로나 시기의 ‘개발자 채용전쟁’이 역전됐습니다

2020~2022년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 확보 경쟁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게임 이용과 매출이 늘어나면서 회사들이 프로젝트를 늘리고 개발자를 공격적으로 채용했고, 연봉도 크게 올렸습니다.

문제는 그때 늘어난 인건비가 이후 고정비가 됐다는 것입니다.

현재 여러 대형 게임사의 평균 보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시장 성장률은 과거보다 낮아졌습니다. 2025년에도 크래프톤,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등의 1인당 평균 보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프로젝트 하나 만들자
→ 100명 새로 채용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대신

기존 직원 재배치
→ 프로젝트 통폐합
→ 외부채용 최소화

가 됩니다.

이것이 구직시장을 얼리는 가장 중요한 구조입니다.


4. 게임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프로젝트 종료 = 고용위험’입니다

이건 특히 중요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년 노동환경 조사에서 **계약해지·해고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4.1%**였는데, 그 사유 가운데 59.7%가 프로젝트 중단·취소·종료였습니다.

이것은 게임업의 구조적인 특징입니다.

자동차공장이라면 자동차 한 모델이 단종돼도 공장은 다음 차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개발팀은 다릅니다.

게임 A 개발팀 150명

프로젝트 취소

150명 전부 필요 없어질 수 있음

일부 B 프로젝트 이동

나머지 대기발령·권고사직·퇴사

가 가능합니다.

2024년 조사에서도 프로젝트 종료나 팀 해체 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전환배치, 다른 업무 지원, 권고사직·퇴사 등이 상당 부분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정규직 비율만 보면 안정적인 산업인데,

실제로는

정규직이지만 프로젝트에는 비정규적인 산업

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5. 그런데 새 프로젝트가 예전처럼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게 현재 문제의 핵심입니다.

과거에는

A 프로젝트 종료
→ B회사 신규 프로젝트
→ C회사 신규 MMORPG
→ D회사 신생 개발사

처럼 이동할 곳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프로젝트가 실패해도 개발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지금은

A 프로젝트 종료
→ 다른 회사도 프로젝트 정리
→ 대기업도 내부 재배치
→ 신규채용 축소

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요 게임사 6곳의 신규채용 인원이

2022년 2,339명

에서

2024년 1,362명

으로 약 42% 감소했다는 수치가 이 문제를 상당히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해고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흡수해 줄 회사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6. 그래서 ‘퇴사율’보다 사실 더 위험한 것이 채용률 하락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 게임업계가 이랬다고 하겠습니다.

퇴직자 100명

신규 프로젝트 채용 150명

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개발자는

“회사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회사 가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게임업계에는 프로젝트를 따라 이직하면서 연봉과 직급을 높이는 문화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퇴직자 100명

신규 자리 50명

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퇴직자가 시장에 계속 쌓입니다.

다음 달에는

기존 미취업 50명

  • 신규 퇴직 100명
    = 150명

이 50개 자리를 놓고 경쟁합니다.

그다음 달에는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게 ‘취업 빙하기’입니다.

총 종사자는 여전히 수만 명인데 취업은 극단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7. 특히 경력직에게 이상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경력 10~15년이면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시니어는

경험 ↑
생산성 ↑

이지만 동시에

연봉 ↑
직급 ↑
프로젝트 역할 ↑

입니다.

회사가 비용을 줄이는 국면에서는

연봉 5천만 원짜리 3명

연봉 1억 원짜리 시니어 2명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계산하게 됩니다.

특히 관리자가 아니라 순수 제작직군인데 연봉이 높은 경우에는 적합한 자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미 2020년 KOCCA 조사에서도 프로젝트 중단 시 권고사직·해고를 예상하는 비율이 1년 미만 신규인력뿐 아니라 10년 이상 시니어에게서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게임업에서는

신입도 힘들고 시니어도 힘든

기이한 노동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중간 경력의 특정 핵심 직무만 계속 찾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8. 직군별로도 완전히 다릅니다

‘게임산업 인력 부족’이라는 표현도 저는 정책적으로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가 말하는

“사람이 없다.”

는 말은 대개

“우리가 원하는 경력·장르·엔진·플랫폼 경험을 가진 즉시전력 인력이 없다.”

는 뜻일 수 있습니다.

실업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UE5 콘솔 AAA 경험 5년

  • 멀티플랫폼
  • 렌더링
  • 출시 경험

이라면,

게임개발자 1,000명이 구직 중이어도 이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10명밖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동시에

회사: “사람을 못 구하겠다.”

개발자: “일자리가 없다.”

가 성립합니다.

이게 skill mismatch, 즉 숙련 불일치입니다.


9. AI는 원인이라기보다 현재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봐야 합니다

이 부분은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규채용 42% 감소 전부를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다.”

고 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시장 성장 둔화, 코로나 시기 과잉채용, 인건비 상승, 신작 실패, 프로젝트 비용 증가 등이 이미 존재했습니다.

다만 AI가 기업에

“예전과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판단을 가능하게 하면서 추가 채용을 억제할 유인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4년 KOCCA 조사에서 그래픽·디자인 직군의 53%가 AI가 자신의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고, 조사 대상 기업 중 실제 AI 도입 과정에서 일부 디자이너에게 권고사직을 실시한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2026년 조사·보도에서도 게임업계의 AI 활용 확대와 신규채용 감소가 함께 관찰되고 있습니다. 다만 둘 사이를 전부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10. 그래서 제가 현재 게임 노동시장을 표현한다면

“인력이 없는 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사람은 있는데 자리가 부족하고,
회사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아무나 뽑지 않고,
기존 인력을 내보내면서 동시에 특정 숙련자는 못 구하는 산업

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구조를 그리면 이렇습니다.

2020~2022

게임 호황
→ 프로젝트 증가
→ 개발자 부족
→ 연봉 상승
→ 공격적 채용
→ 이직 쉬움

2023~2024

시장 성장 둔화
→ 신작 실패 부담 증가
→ 프로젝트 선별
→ 신규채용 감소

2024~2026

프로젝트 종료·통폐합

  • 높은 인건비
  • 내부 인력 재배치
  • 구조조정
  • AI 도입

퇴직자는 증가

동시에

신규 자리는 감소

구직 경쟁 급증

“게임업계 전체 매출은 24조라는데 왜 나는 갈 회사가 없지?”

라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정책적으로는 ‘종사자 9.5만 명’ 같은 목표만 보면 안 됩니다

저라면 정책 책임자에게는 게임산업 총종사자 수를 핵심 고용 KPI에서 한 단계 내리라고 권하겠습니다.

정부의 2024~2028 게임산업 진흥계획에는 일자리를 2022년 8.4만 명에서 2028년 9.5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9.5만 명을 달성해도 이런 상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형사 몇 곳 인력 증가

  • PC방·유통 인력 증가
  • 특정 신규기업 증가

총종사자 9.5만 달성

그런데

중견 개발사 감소
신규 프로젝트 감소
40대 개발자 재취업 곤란
신입 취업 곤란
권고사직 증가

라면,

정책 숫자로는 성공인데 현장에서는 실패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다음 지표를 별도로 봐야 합니다.

기존에 많이 보는 지표 앞으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
게임산업 총종사자 순수 제작·개발 인력
총 일자리 연간 신규채용 인원
종사자 증가율 비자발적 퇴직률
회사 수 신규 프로젝트 수
매출액 신규 IP 매출 비율
평균 연봉 퇴직 후 재취업 소요기간
인력 부족 여부 구직자 대비 채용공고 수
전체 고용 신입·5년·10년·15년 이상 경력별 고용률
전체 개발자 기획·아트·프로그래머·QA 직군별 고용

특히 제가 하나만 고른다면 ‘비자발적 퇴직 후 게임업계 내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을 조사하겠습니다.

이 숫자가 과거 2개월에서 지금 8개월로 늘었다면, 종사자 총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직장인에게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결론

따라서 앞선 제 분석은 한 단계 수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은 매출·수출·총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아직 축소됐다고 하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그러나 고용시장만 따로 보면,

2024년 이후에는 구조조정과 프로젝트 종료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인력은 증가하는 반면, 주요 게임사의 신규채용은 크게 감소하고 있어 현직자가 느끼는 ‘일자리 감소’와 ‘재취업 난이도 상승’은 실제 데이터와 상당히 부합합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 게임산업의 문제를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산업 규모의 붕괴”가 아니라 ‘개발 고용시장의 수축’이 먼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꽤 위험한 신호입니다. 매출 감소는 나중에 나타날 수 있지만, 신규 프로젝트와 개발인력 채용 감소는 미래 매출을 만들 생산능력이 먼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을 평가할 때 별도의 핵심 안건으로 다룰 가치가 있습니다.

 
 

 

 

TAGS.

Comments